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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이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

[함평 자산서원] 고양이들이 먼저 반겨주던 서원에서 곤재 정개청 선생을 만나다!

by 한빛(hanbit)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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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자산서원

지난 늦가을, 전남 함평에 있는 자산서원에 다녀왔답니다. 막바지 단풍이 꽤 고왔던 기억이 나네요.

자산서원 관리사와 고양이

그런데 서원에 닿자마자 가장 먼저 이 고양이들이 달려와서 반겨줍니다. 깜짝 놀랐어요. 

자동차 소리가 나자 관리사 안에서 뛰어나오더군요. 그러더니 우리 발밑에서 계속 맴돌고 비비더군요. 낯선 우리를 보고도 어찌나 살갑게 구는지 몰라요.

지들끼리도 아주 잘 놀더군요.

너, 뭐가 그리 궁금하니?

늦가을, 

문청공 곤재 정선생 유허비와 자산서원 표지석

고양이가 먼저 달려나와 반겨주던 함평 자산서원()은 곤재 정개청(:1529∼1590) 선생을 기리는 곳이랍니다.

 

곤재 정개청 시비(困齋 鄭介淸 詩碑)

 

詠懷 (영회) 회포를 읊음 / 병자(丙子) 1576년 8월 9일 씀.

 

三椽茅屋一枷書 (삼연모옥일가서) 오막집 한 시렁에 가득 쌘 책만 읽다가

百歲人生半世餘 (백세인생반세여) 백년도 한 인생 반이 흘렀네.

心上經綸賢聖事 (심상경륜현성사) 마음 위에 품은 뜻은 현성의 일 뿐인데

世間無望冒簪裾 (세간무망모잠거) 세상 사람 귀현(貴顯)함을 바라봄이 없소이다.

 

고운 단풍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는 서원의 외삼문이 보입니다.

자산서원 외삼문 대도문(大道門)

외삼문에 올라서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단풍이 매우 곱네요. 그 너머로 가을걷이를 끝낸 너른 들판도 보이네요.

자산서원 유물관

외삼문 안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동재인가 싶었는데 유물관이라고 쓰여있네요.

이 유물관 안에는 곤재 선생의 문집인 우득록 목판( 愚得錄 木版)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은 닫혀 있어 안을 볼 수는 없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건 내삼문이고요. 왼쪽은 자산서원 강당입니다.

자산서원

강당에는 윤암정사(輪巖精舍)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윤암정사는 곤재 정개청 선생이 이 마을 엄다면 제동마을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의 이름이랍니다. 실제로 이 마을에 옛 윤암정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매우 낡고 폐가 수준으로 버려지다시피 하다는 글과 사진을 봤답니다. 제가 다녀온 날엔 이런 사실을 몰라서 가까이 두고도 못 가봤네요.

자산서원 묘정비

그런데... 이 자산서원이 굉장히 수난이 많았다고 합니다.

무려 다섯 번이나 헐리고 다시 세워졌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자산서원은 지난 1988년에 새롭게 복원된 거랍니다. 도대체 어떤 까닭이 있기에?

곤재 정개청 선생은 기축옥사(정여립 모반사건)의 희생양이었답니다. 

기축옥사는 조선 선조 때인 1589년에 정여립을 비롯한 동인의 인물들이 모반의 혐의로 수많은 사람들이 박해를 받은 사건이지요. 

 

곤재 선생은 정여립과 교정랑(校正郞)으로 함께 교정을 보는 일을 하였는데, 약 열흘쯤 함께 했다고 하네요. 나중에 정여립에게 보낸 편지에서 "덕과 의를 사모하였고, 도(道)를 고명하게 본 것은 오직 존형 1인이 있을 뿐"이라고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여립과 친밀한 관계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고 말았다고 하네요.

그 바람에 곤재 선생은 당시 서인 권력의 대표였던 송강 정철의 심문을 받게 되었고 함경도로 유배를 보내지게 됩니다. 거기에서 억울하게 병사를 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곤재 정개청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윤암사(輪巖祠)

1616년에 선생의 제자들이 스승의 신원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처음 자산서원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려 다섯 번이나 서원이 헐리고 다시 세웠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네요.

서인과 남인의 권력 다툼 때문에 한 서원이 이렇게나 수난을 겪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그야말로 피로 물든 역사를 지닌 서원이군요.

사당은 문이 열려 있어 안을 볼 수가 있었는데, 곤재 정개청 선생의 위패가 가운데 있고 그 옆으로 고성 정 씨 다른 분들의 위패도 몇 있더군요. 또 참봉을 지낸 곤재 선생의 아우인 정대청의 위패도 함께 모신다고 합니다. 

자산서원 앞에 있는 언덕에는 고성 정씨 학재공파 어른들의 빗돌들이 있더군요.

한눈에 자산서원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서원 구경을 마치고 다시 내려오니, 여전히 고양이들이 서로 아우성치며 우리를 반깁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아이들이 무언가 애타게 말을 하려는 듯 보였어요. 그것도 저 밥그릇 앞에서 말이지요.

네. 그랬어요. 아이들이 배가 고팠나 봅니다.

마루에 고양이 사료가 있기에 먹이를 주었더니 세 녀석이 달려들어 허겁지겁 먹더군요. 

 

 

함평 자산서원에서 기축옥사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곤재 정개청 선생의 삶과 무려 다섯 번이나 헐리고 세우기를 반복한 안타까운 역사를 알게 되었네요.

또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던 고양이들이 내내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 함평 자산서원을 소개한 제 유튜브 채널 영상도 함께 감상하세요. ^^ ★

 

https://youtu.be/jgy6uWcSH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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