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이 들려주는 국가유산 이야기

헉! '성삼문 오동나무'를 싹둑! 잘랐다고요? 얼마 앞서 가서 보고 왔는데?<홍성 성삼문 선생 유허지>

한빛(hanbit) 2025. 5. 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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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홍성 성삼문 선생 유허지에 있는 성삼문 오동나무를 싹둑 베어버렸다고 한다(2025년 1월26일 촬영)

"헐~! 아니, 저걸 다 베어버렸다고?"

"이 나무 말하는 거잖아? 이게 오동나무지?"

"아니, 저걸 왜? 그것뿐 아니라, 옆에 은행나무까지 싹 다 베어버렸는데?"

 

어제(5월 25일) 너무나 놀라고 어이없는 뉴스를 봤습니다.

바로 얼마 앞서 제가 티스토리와 유튜브 영상에 몇 차례에 걸쳐 소개를 했던 <홍성 성삼문 선생 유허지(노은단)>에 있던 매우 뜻깊은 오동나무를 홍성군에서 싹둑! 베어버렸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것도 '성삼문 선생 유허지 쉼터 조성사업'을 하면서 유허지 안에 있던 나무들을 싹 다 베어버렸다는 겁니다.

대전MBC 뉴스 영상 캡처화면 - 멋지고 뜻깊은 사연을 간직한 오동나무가 온데간데 없다

 

아래 링크는 지난 2월에 쓴 성삼문 선생 유허지 이야기입니다.

https://sunnyhanbit.tistory.com/431

 

이 이정표 보는 바람에 계획 다 틀어졌다! 그러나~ [홍성 성삼문 선생 유허지]

맛있는 굴 먹으러 천북 가려다가 이정표 하나 보고~지난해 12월 끄트머리, 이 날은 날씨가 매우 추울 거라는 예보가 있어 어딘가에 가서 답사를 하고 영상촬영까지 하려면 너무 힘들 거 같았어요

sunnyhanbit.tistory.com

 

성삼문 아버지 성승 장군이 북을 매달아 축하했다는 오동나무

성삼문 선생의 과거 급제를 기념하며 아버지 성승 장군이 북을 매달아 축하했다는 오동나무

 

유허지 안에 있던 오동나무는 바로 이 나무를 말하는 거랍니다.

노은단 아래에 있는 이 나무에 매우 뜻깊은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걸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1438년 성삼문 선생이 과거에 급제를 하니, 아버지인 성승 장군께서 기념하며 오동나무에 북을 매달아 축하했다고 합니다.

성삼문 선생 유허지 오동나무(2025년 1월 26일 촬영)

세월이 오래 흘러 이 오동나무가 죽었지요. 그러다가 1950년대 고목으로 남아있던 오동나무에서 새싹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걸 되살려서 자목(아들목)으로 키웠습니다. 그때부터 70여 년이 된 올해 홍성군에서 쉼터를 만든다고 하면서 이 소중한 나무를 싹둑 잘라버린 겁니다.

그 뜻 깊은 오동나무를 싹둑 베어낸 그루터기 - 대전MBC뉴스 캡처 화면

오동나무뿐 아니라, 100년이 넘는 은행나무들도 모조리 싹 다 베어버렸다고 합니다.

사육신을 모신 제단인 노은단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던 100년 넘은 은행나무까지 모조리 싹 다 베어냈다고 하니 기가 막힙니다.

노은단 올라가는 길(대전MBC뉴스 캡처화면)
노은리 주민 인터뷰(대전MBC뉴스 캡처화면)

홍성군청의 어이없는 변명

 

이 어이없고 황당한 일에 홍성군 담당자의 이야기가 더욱 기가 막히더군요.

홍성군 관계자 인터뷰 (대전MBC뉴스 캡처화면)

"성삼문 선생의 호는 매죽헌 아니에요, 매화나무와 대나무를 집중적으로 정비하다 보니까 위에 있는 오동나무 그거를 베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홍성군 관계자 인터뷰 (대전MBC뉴스 캡처화면))

2025년 1월 26일 촬영
2025년 1월 26일 촬영
2025년 1월 26일 촬영

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성삼문 선생의 호가 매죽헌이라 매화와 대나무만 신경 쓰고 오동나무는 몰랐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했다는 게 참 어이없더군요.

홍성 성삼문 선생 유허지 안내판

그런데 문제는 더 있습니다.

이번에 이 유허지에 있던 오동나무가 그렇게나 뜻깊은 사연을 간직한 나무였다는 걸 알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위 안내판 그 어디에도 오동나무에 대한 기록은 없습니다. 저도 이번에 뉴스를 보고 알게 된 거였거든요.

만일 이 안내판에 다만 한 줄이라도 오동나무 사연을 적어줬더라면, 찾아가서 둘러보는 관광객들도 잘 알 수 있었을 테고요.

저같이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 오동나무를 눈여겨봤을 겁니다. 실제로 오동나무 사진은 둘레 풍경과 길과 어우러진 나무들이 예뻐서 몇 컷 찍어둔 거였거든요.

 

실제로 홍성군 관계자도 뉴스 영상에서 인터뷰할 때 그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성삼문 선생하고 이 오동나무 관계를 잘 인지하지 못하신 것 같아요. 표지판이라든가 뭐라면 지정해 줄 수 있는 간판이 있었으면 했는데..."

 

정말 그런 귀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저 안내판에라도 잘 적어두어 알리기라도 했었다면...

핑계이고 변명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참 안타깝고 화나는 일입니다.

 

벌써 20년 가까이 우리 국가유산들을 즐겨 찾아다니면서 참 많이 느끼는 건데요. 각 지역마다 문화유산 담당자들이 자기들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정작 나보다도 더 모를 때가 많고요. 어떤 때에는 너무 방치되어 있는 게 안타까워서 전화까지 해서 알려주면 '그게 왜요?'라는 반응도 참 많이 봐 왔습니다. 그때마다 참 맥 빠지지요.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각 지역의 문화유산 담당자들은 제발 책상에 앉아만 있지 말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나가서 몇 군데씩 둘러보면 적어도 내 지역에 내가 담당하고 있는 문화유산들에 대해서는 다 파악하고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듭니다. 

 

이번에 저도 잘 모르고 있었던 곳, 지나가다가 이정표만 보고 들어가서 둘러보고는 너무 아쉬워서 다시 또 찾아가서 꼼꼼하게 둘러보고 왔던 <홍성 성삼문 선생 유허지>에 대한 뉴스가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라서 몹시 씁쓸하고 안타깝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2014년에 이번에 베어낸 오동나무의 후계목으로 6그루를 잘 배양해서 손자목으로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걸 다시 여기 유허지에 옮겨다가 심고 관리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네요. 

그렇더라도 손자목이라도 정말 잘 키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나마 지난번에 홍성에 가서 둘러보고난 뒤에 사진으로, 글로, 또 한빛국가유산TV 영상으로나마 남겨놓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https://youtu.be/tLgqBJM0REE?si=vDekJ99Lqk55S5p9

 

 

 

이 이정표 보는 바람에 계획 다 틀어졌다! 그러나~ [홍성 성삼문 선생 유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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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unnyhanbit.tistory.com/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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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unnyhanbit.tistory.com/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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