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반찬이라, 기다리게 하여 나물밥을 대접했다'는 청렴 정신[홍성 최영장군 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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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노은리 마을에서 성삼문 선생 유허지를 비롯하여 성승장군 부부묘, 또 성삼문 선생 부인 묘소도 가봤어요.
게다가 그 옛날 성삼문 선생이 태어나신 곳이라 알려진 <노은리 고택>도 가서 둘러봤습니다.
한 마을에 이렇게 볼거리가 많다니요? 오죽하면 한 달 만에 다시 찾아와서 조금 더 꼼꼼하게 둘러보기까지 했습니다.
하나 같이 허투로 볼 수 없는 곳이었어요. 둘러보는 내내 참 재미났고 또 뜻깊은 시간이었답니다.
이렇게 많은 볼거리가 있는 마을에 조선시대 인물뿐 아니라, 그보다 앞선 고려말 충신을 기리는 유적이 있다 하니, 이것 또한 놓치고 갈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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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고려의 무장 무민공 최영 장군 사당이 이 마을에 있답니다.
최영 장군이 바로 이곳 홍성 노은리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아시지요?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말씀을 한 분이지요.
그런데 사실은 이 말은 최영 장군이 한 말이 아니라, 장군의 아버지인 최원직(崔元直)의 말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말을 평생 동안 잘 지키고 실천하며 사셨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영 장군은 집에 온 손님한테 나물밥 밖에 대접할 게 없어서 식사 시간을 늦춰서 기다리게 하여 상을 내놓았다고 하네요.
'시장이 반찬이다'
과연 기다리느라 배가 고파서 더 맛있었겠지요? 손님들은 이같은 나물밥을 싹싹 비우며 밥맛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만큼 장군의 삶은 검소하고 청렴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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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으로 가는 곳은 바로 앞서 소개한 <최영 장군 사당>입니다.
그런데 가는 길이 순탄치 않습니다.
들머리에 '급경사'라고 쓴 팻말을 보았는데 지도로 보니까 그리 멀지 않은 곳인 듯해서 촬영도 해야 하니 걸어서 올라갑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차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더군요. 그건 저 아래에서 사진으로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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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제법 가팔라 보이는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지난 추석 때 부러져 수술했던 다리가 아직 온전치도 않고 절뚝거리면서도 힘을 내고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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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진짜 정말 가파르네요.
저도 올라가느라고 힘들었지만 남편도 무거운 촬영장비 둘러메고 올라오는데 몹시 힘들어 보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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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도 옆에 따로 있었는데 계단이 더 힘들 것 같아 길로 올라오는데 다리가 올라가지 않더군요. 그나마 계단이 더 편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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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단이 훨씬 편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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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모퉁이를 두 번 돌아가니 저 위에 사당이 보입니다.
어찌나 고맙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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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그런데 차가 한 대 내려갑니다.
누군가 우리보다 먼저 와 있던 분이 있었네요.
아........... 그런데 부럽다!
우리도 차 타고 올 걸~!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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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로 여기입니다.
올라와서 보니, 또 계단이네요.
안 그래도 거의 산 꼭대기쯤에 있는 사당인데 기단을 저렇게 높게 쌓고 그 위에다가 건물을 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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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위엄있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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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편액이 보입니다.
기봉사(奇峰祠)라고 쓴 편액입니다.
최영 장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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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장군(崔瑩, 1316년~1388년)을 설명한 안내판도 꼼꼼하게 봅니다.
앞서 소개한 대로 열여섯 살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인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말씀 따라 평생 동안 그렇게 삶을 살다 가신 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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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에 무인으로 데뷔를 한 장군은 수십 번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명장 중에 명장이었습니다.
공민왕 때 일어났던 두 번에 걸친 홍건적의 난(1359, 1361년) 때엔 수도인 개경이 함락되었지만 다시 수복을 하고 '개경 수복 공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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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살해하려던 김용의 흥왕사의 변(1363년 공민왕 12), 덕흥군의 난(1363년 공민왕 12), 왜구에 맞서 싸웠던 홍산대첩(1376년 우왕 2) 등 수많은 전투에서도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이 모두 진압을 한 대단한 무장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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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마지막 전투이자 첫 패배는 우리가 잘 아는 데로 마지막 요동성 정벌 때입니다.
명나라에서 공민왕 때 되찾아 우리 땅이 된 고려의 국경에 철령위(鐵嶺衛)를 설치하겠다고 통보하자 요동 정벌에 나섰지요. 하지만 이성계 세력이 위화도에서 회군함으로써 정벌은 중단되고 최영은 처형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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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사당인 기봉사는 예까지 올라왔는데도 또 우러러보게 됩니다.
오늘 계단을 수도 없이 봅니다. 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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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당은 맞배지붕 건물이 많은데 최영장군 사당은 팔작지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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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 3칸, 옆면 1칸이고 겹처마로 된 지붕이 무척이나 화려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야기는 한 번도 안 한 듯한데요.
겹처마는 아래쪽 서까래는 원형 서까래이고요. 위쪽은 사각형 서까래입니다.
옛집 건물을 볼 때 이런 걸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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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화재예방 및 훼손방지를 막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 무속행위 금지
◎ 기도물품(제물) 자체 수거
◎ 촛불 등 화기 사용 금지
◎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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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당 안쪽은 들여다볼 수가 없습니다.
예까지 올라왔는데...
장군의 영정과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고 합니다.
무속인들 사이에서는 가장 크게 모시는 장군신이 바로 최영장군이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여기에도 무속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올라왔을 때에 막걸리 냄새가 나는 듯도 하고 그랬답니다. 혹시 아까 내려간 자동차가?
그러나 사당 둘레는 매우 깨끗했어요. 누군가 틈틈이 관리하고 돌보는 손길이 느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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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안은 구경할 수가 없었지만 이 위에서 아래 마을을 내려다보는 귀한 특권을 얻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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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을 보면서 오르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했구나!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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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레로 산길이 나 있는데, 내포 역사 인물길이라고 합니다.
앞서 보았던 성삼문 선생 유허지도 포함되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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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왼쪽으로 올라가는 산길을 따라 가면 성삼문 선생 유허지 쪽으로도 갈 수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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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처마 아래에 새집을 지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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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뒤쪽엔 큰 바위들이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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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인데도 진짜 건물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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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처마로 한껏 치켜올린 곡선도 예뻤고요.
또 기와의 끝자락에 우리 고유의 전통기법인 수막새로 마감을 한 것도 매우 아름다웠답니다.
이 기와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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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건물과 둘레를 꼼꼼하게 눈에 담고 사진에 담고 영상에 담아서 내려갑니다.
영정을 뵙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어쩌겠어요.
숨은 그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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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최영장군 사당에 올라갈 때 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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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사진은 사당을 다 둘러보고 내려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뭐가 달라졌는지 눈치채셨나요?
아까 저 위에서 이야기했지요?
아까 우리가 헉헉거리며 숨을 헐떡이고 올라갈 때 내려가던 자동차가 한 대 있었답니다.
너무나 가파른 오르막길이라서 우리도 차를 타고 올라올걸! 하고 부러워했지요.
그런데 내려와서 보니, 저 봉이 세 개가 꽂혀있는 겁니다.
올라갈 때는 틀림없이 두 개만 있고 가운데는 없었답니다.
그렇다면 아까 그 자동차의 주인공은 최영장군 사당 관리인일까요?
아무튼 사당은 가파른 오르막길이고 힘들겠지만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곳이 맞으니 혹시라도 차를 타고 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 아마도 그분은 관리인이었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 부러웠던 마음 달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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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번에 뜻하지 않게 홍성 나들이를 하면서 새삼 다시 느낍니다.
홍성군은 정말 충절의 고장이구나! 하는 것을요.
지난 2018년 9월에 홍주읍성을 비롯해서 여러 곳을 찾아가 둘러본 적이 있었답니다.
그때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지와 기념관도 있었고요. 또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지와 기념관도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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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목숨 바쳐 충성하고 의롭게 살다 간 인물들이 많은 충절의 고장, 홍성!
이번 나들이로 더더욱 뜻깊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듯합니다.
충남 홍성군 홍북읍 최영장군길 57
★ 한빛이 꾸리는 유튜브 채널인 <한빛국가유산TV>에서 제작한 영상도 함께 보세요. ★
https://youtu.be/tLgqBJM0REE?si=tDIYyoE-ig59oP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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